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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하면 뭐 하나? 운영할 사람이 없는데..." 기업들의 현실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만든 자료이미지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강원 원주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무기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도 첨단 기술로 무장해 생산성과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시설 구축엔 성공했지만, 이를 운영할 인력이 모자라 대응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문막 신우하이텍은 자동차 필터 부품 제조기업이다. 차량 오일필터의 주요 부품인 엘리멘트 어셈블리를 생산한다. 이는 만도휴멜코리아에 납품돼 현대·기아차 완성차 부품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엘리멘트 어셈블리의 하부 플레이트는 용접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하기 쉽다. 철저한 검수가 필수인데 기존 수작업 검수 방식은 작업 효율성과 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신우하이텍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비전 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속 카메라와 연계한 딥러닝 인공지능 모델을 불량품 검수에 투입한 것이다. 그 결과 육안으로 찾기 힘든 미세 용접 불량을 99% 이상 걸러내고 있다. 불량률이 줄어 재작업 비용은 줄고 제품 신뢰도는 향상됐다.

원주 의료 산업에서도 AI는 필수 존재다. 사람이 확인하기 힘든 질병을 AI가 스스로 알아내기 때문이다. 원주혁신도시에 기업부설연구소를 둔 티에스셀바이오도 치매 조기 진단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 몸속 세포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엑소좀'이라는 작은 주머니를 배출한다. 이 안에는 세포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단백질이나 유전 정보가 들어있다.

신비하게도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특정 질병이 발현될 땐 '바이오 마커'라는 특징적 성분이 엑소좀 내외부에 나타난다. 사람 눈으로는 수억 개의 엑소좀 속에 담긴 바이오 마커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다.

티에스셀바이오는 AI를 활용해 이 과정을 확인한다. 환자 혈액이나 체액에서 추출한 엑소좀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게 해 이를 가능하게 했다. AI는 복잡한 바이오 마커 패턴을 분석해 치매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

고가의 진단 장비 없이도 빠르고 정확하게 뇌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업체는 강원 AI 헬스케어 글로벌 혁신 특구의 규제 완화 혜택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과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지속 관리할 전문 인력 부족... 사후 관리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도사린다. 원주엔 AI 시스템을 지속 관리하고 고도화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앞서 제조업 성공 모델로 꼽힌 신우하이텍조차 사내에 AI 시스템을 전담하는 인력은 극소수다.

공장에 도입된 AI 모델은 주기적인 데이터 재학습과 자율 제어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만약 전문 인력이 퇴사하거나 부재할 경우 공정 전체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원주 자동차부품 산업 관계자는 "90% 이상이 영세 기업인 원주 산업 생태계에서 고임금의 IT 전문가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스템을 갖춰 놓고 운용할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르는 상태에 놓일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시스템 구축 지원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독형 AI 서비스를 보급해 영세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은퇴한 IT 전문가나 연구기관 인력을 파견하는 'AI 주치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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